조각의 셈법
사람 모양 재료展 4.17 ~ 5.8 라라앤

김대운 <덩어리들> 점토, 유약 62 X 102 X 25 cm 2021_ <사람 모양 재료> (기획 김한나라, 이동훈)에는 김대운, 김동섭, 백경호, 윤정의, 이동훈이 참여했다.
김대운은 공예정 점토의 사용 방식을 재해석한다.

윤정의 <모델 마케트> 도자기 각 16.5 X 5.5 X 7 cm ~ 25 X 8 X 10cm 2019
비고정성 조형하기
라라앤의 전시 <사람 모양 재료>는 질료의 물성을 활용하여 형태를 구축하되, 특정 형태를 취한 점에서 신미경의 신작과는 다른 접근을 보인다. 전시된 작업은 신미경이 지난 작업이 지난 작업에서 모사와 유사를 배제한 것과 다르게 형상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변형을 가한다.
전시는 작가마다 도자기, 나무, 석고 등이 갖는 질감과 성질을 바탕 삼으며 모양을 내는 공정 자체에 주목한다. 이는 신미경의 비누 작업과 유사하지만 전자가 고정된 형상을 참조 대상 삼아 변형을 가해 문화적 코드를 고정할 수 없음을 환기한다면, <사람 모양 재료>의 작업은 애초 질료의 성질을 고려하여 변형된 형상을, 변형의 과정에 변형 자체로 구현된 사람의 모양을 드러낸다. 일테면 김대운의 도자작업은 점토를 붙이는 소조와 유약의 속성을 형상화의 방법론으로 삼는가 하면, 윤정의의 조각은 조색된 석고에 조각칼의 날렵한 손길로 변형과 조형을 동시에 성립한다. 우연성은 질료의 가변적 성질을 바탕 삼아 조형을 동시에 성립한다. 우연성은 질료의 가변적 성질을 바탕 삼아 작가의 몸짓과 도구의 손길이 가해진 흔적이기도 하다. 컷과 컷을 연결한 듯 몸의 동세 자체를 형상화한 이동훈의 나무조각은 단절적 움직임을 하나의 형상에 구현하여 움직임 자체의 형태를 취한다. 시차와 이질적 동작이 한데 접합되고 포개어지는 형국은, 온전한 형상에 변형을 가하기보다 변형 자체로 사람의 모양이 직조되는 프로세스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물성의 변주와 우연성의 역동을 바탕으로 성립된 형상은 질료의 밀도를 상기하기보다 질료의 속성이 표면에 전면화한 것처럼 보인다. 작업은 붓이 지나간 흔적으로 이목구비를 유추하고 캔버스의 모양에서 신체 형태를 연상시킨다. 표층에 색칠된 유약과 물감은 흘러내리고 번져 나가며 변형태로 구착된 조각에 이중의 불일치를 생성하고 형상을 고정할 수 있는 게슈탈트를 붕괴시켜 불안정 자체로서 형상을 포착하게 한다.
시지각적 전형성을 변형하는 작업은 지지체 자체의 물질적이고 형태적인 속성을 부각한다. 원형과 사각 캔버스가 위아래로 배치된 백경호의 회화는 캔버스의 모양으로 머리와 몸을 추상해내는가 하면, 화면에 물감과 오브제가 뒤엉켜 패턴과 표정을 만든다. 김동섭의 오브제는 제목처럼 좌대와 스툴 모양을 하고 전시에서도 실제로 다른 작춤을 지지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황토와 숯가루, 소이 왁스와 밀랍 등이 표면의 질감을 구성하며 기능을 위한 도구성보다 그 자체 물성의 특이점을 형성하는 오브제로 공간에 개입한다.
형상의 기능과 전형을 해체하지만 형상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는 오브제는 시간의 다른 질서에 노출되며 조형되는 형상을, 차라리 혀상의 변질과 비고정성 자체를 조형한다. 이는 구체적 형태를 지양하는 신미경의 신작과 변별하는 지점이다. <Abstract Matters>가 적재된 시간과 변형의 우연성을 물화한다면, <사람 모양 재료>의 작가들은 변형을 동세의 형식으로 삼아 조각적 형상을 도출한다. 신미경의 납작한 오브제가 거푸집에 찍혀 나온 표면의 요철 아래 심층의 레이어를 드리운다면, <사람, 모양, 재료>의 작업은 질료마저도 표층으로 전면화하는 형상을 구성한다. 전자가 오브제화한 평면으로서 지지체의 속성을 절개한다면, 다른 편에서는 물감과 유약등 상이한 재료를 표면에 입혀 이질성을 극대화하는 조각적 실천을 행하며 형식과 내용, 표면과 심층의 위계와 구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목한다. 질료의 속성을 형상의 모티프이자 표면적 효과로 변용하는 시도는 우연의 비고정성 자체를 조형하고, 조형하는 행위 자체를 형상으로 펼친다. 이는 각개의 이미지뿐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과정과 질료와 매체를, 나아가 이를 둘러싼 시공간까지 표층의 이미지로 번역하는 동시대 이미지 체제의 셈범을 떠올리게 하는 바, 역사성과 우연성을 존재적 효과의 차원으로 전용하는 조형술은 이에 동기화하는 창작 주체의 위상과 이를 구성하는 이미지의 정체 경제를 숙고하도록 한다.
/ 남응
조각의 셈법
사람 모양 재료展 4.17 ~ 5.8 라라앤
김대운 <덩어리들> 점토, 유약 62 X 102 X 25 cm 2021_ <사람 모양 재료> (기획 김한나라, 이동훈)에는 김대운, 김동섭, 백경호, 윤정의, 이동훈이 참여했다.
김대운은 공예정 점토의 사용 방식을 재해석한다.
윤정의 <모델 마케트> 도자기 각 16.5 X 5.5 X 7 cm ~ 25 X 8 X 10cm 2019
비고정성 조형하기
라라앤의 전시 <사람 모양 재료>는 질료의 물성을 활용하여 형태를 구축하되, 특정 형태를 취한 점에서 신미경의 신작과는 다른 접근을 보인다. 전시된 작업은 신미경이 지난 작업이 지난 작업에서 모사와 유사를 배제한 것과 다르게 형상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변형을 가한다.
전시는 작가마다 도자기, 나무, 석고 등이 갖는 질감과 성질을 바탕 삼으며 모양을 내는 공정 자체에 주목한다. 이는 신미경의 비누 작업과 유사하지만 전자가 고정된 형상을 참조 대상 삼아 변형을 가해 문화적 코드를 고정할 수 없음을 환기한다면, <사람 모양 재료>의 작업은 애초 질료의 성질을 고려하여 변형된 형상을, 변형의 과정에 변형 자체로 구현된 사람의 모양을 드러낸다. 일테면 김대운의 도자작업은 점토를 붙이는 소조와 유약의 속성을 형상화의 방법론으로 삼는가 하면, 윤정의의 조각은 조색된 석고에 조각칼의 날렵한 손길로 변형과 조형을 동시에 성립한다. 우연성은 질료의 가변적 성질을 바탕 삼아 조형을 동시에 성립한다. 우연성은 질료의 가변적 성질을 바탕 삼아 작가의 몸짓과 도구의 손길이 가해진 흔적이기도 하다. 컷과 컷을 연결한 듯 몸의 동세 자체를 형상화한 이동훈의 나무조각은 단절적 움직임을 하나의 형상에 구현하여 움직임 자체의 형태를 취한다. 시차와 이질적 동작이 한데 접합되고 포개어지는 형국은, 온전한 형상에 변형을 가하기보다 변형 자체로 사람의 모양이 직조되는 프로세스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물성의 변주와 우연성의 역동을 바탕으로 성립된 형상은 질료의 밀도를 상기하기보다 질료의 속성이 표면에 전면화한 것처럼 보인다. 작업은 붓이 지나간 흔적으로 이목구비를 유추하고 캔버스의 모양에서 신체 형태를 연상시킨다. 표층에 색칠된 유약과 물감은 흘러내리고 번져 나가며 변형태로 구착된 조각에 이중의 불일치를 생성하고 형상을 고정할 수 있는 게슈탈트를 붕괴시켜 불안정 자체로서 형상을 포착하게 한다.
시지각적 전형성을 변형하는 작업은 지지체 자체의 물질적이고 형태적인 속성을 부각한다. 원형과 사각 캔버스가 위아래로 배치된 백경호의 회화는 캔버스의 모양으로 머리와 몸을 추상해내는가 하면, 화면에 물감과 오브제가 뒤엉켜 패턴과 표정을 만든다. 김동섭의 오브제는 제목처럼 좌대와 스툴 모양을 하고 전시에서도 실제로 다른 작춤을 지지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황토와 숯가루, 소이 왁스와 밀랍 등이 표면의 질감을 구성하며 기능을 위한 도구성보다 그 자체 물성의 특이점을 형성하는 오브제로 공간에 개입한다.
형상의 기능과 전형을 해체하지만 형상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는 오브제는 시간의 다른 질서에 노출되며 조형되는 형상을, 차라리 혀상의 변질과 비고정성 자체를 조형한다. 이는 구체적 형태를 지양하는 신미경의 신작과 변별하는 지점이다. <Abstract Matters>가 적재된 시간과 변형의 우연성을 물화한다면, <사람 모양 재료>의 작가들은 변형을 동세의 형식으로 삼아 조각적 형상을 도출한다. 신미경의 납작한 오브제가 거푸집에 찍혀 나온 표면의 요철 아래 심층의 레이어를 드리운다면, <사람, 모양, 재료>의 작업은 질료마저도 표층으로 전면화하는 형상을 구성한다. 전자가 오브제화한 평면으로서 지지체의 속성을 절개한다면, 다른 편에서는 물감과 유약등 상이한 재료를 표면에 입혀 이질성을 극대화하는 조각적 실천을 행하며 형식과 내용, 표면과 심층의 위계와 구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목한다. 질료의 속성을 형상의 모티프이자 표면적 효과로 변용하는 시도는 우연의 비고정성 자체를 조형하고, 조형하는 행위 자체를 형상으로 펼친다. 이는 각개의 이미지뿐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과정과 질료와 매체를, 나아가 이를 둘러싼 시공간까지 표층의 이미지로 번역하는 동시대 이미지 체제의 셈범을 떠올리게 하는 바, 역사성과 우연성을 존재적 효과의 차원으로 전용하는 조형술은 이에 동기화하는 창작 주체의 위상과 이를 구성하는 이미지의 정체 경제를 숙고하도록 한다.
/ 남응